아웃도어/등산-후기

그는 왜 초복에 지리산을 갔어야 했나 (2020-07-16)

야생화정보마당 2021. 7. 3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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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그는 이날이 초복인 줄 몰랐던 것이다.

 

태양광에 대지가 지글 지글 익어가는 7월의 중순 어느날

요맘때 지리산의 야생화들이 궁금해서 늘 가던 루트대로 전주를 경유해서 가보기로 합니다.

전주를 경유하는 이유는 용산에서 출발하여 전주 및 구례구를 경유하여 여수엑스포를 향해 가는 열차를 타기 전에 여유시간에 끼니라도 챙기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7월 15일 자장구를 이용해서  21시 40분에 센트럴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전주행 버스에 몸과 배낭을 싣습니다.

소요시간은 2시간 40분. 예정대로라면 7월 16일 00시 20분에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게 됩니다.

 

다행히 버스는 중간에 탄천휴게소에서 15분 휴식을 취하고도 몇분 여유있게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그 많던 택시는 다 팽개치고 운동삼아 4km 정도 되는 거리(전주고속버스터미널 -> 전주역)를 스피드하게 걸어서 이동합니다.

 

1시 8분 - 38분동안 3.5km 걸어서 역 근처 현대옥에 입성!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에 막걸리 한병 주문합니다.

 

전주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

 

김 한 봉을 주시는 데, 수란에 뽀사 넣어 묵고, 남는 건 국밥에 넣어 묵고.

 

메뉴판을 미리 찍을 걸 다먹고 찍네요. 30분 안걸려서 한그릇 뚝딱합니다. 국밥 주문시 콩나물 밥은 추가 무료라는 데, 맘이 급하고 배도 든든해서 그냥 주시는 것만 감사히 먹습니다.

 

24시간 영업이라 너무 좋아요.

 

5분도 안되어 전주역에 도착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2시 6분 - 열차에 올라 구례구로 향합니다. 늘 그렇듯, 아이폰과 기타 전자장비는 풀충전을 추구합니다.

 

오늘은 블루투스 이어폰과 아이폰만 충전하면 되는군요.

 

이유는 모르겠으나 몇 분 지연되어 구례구역에 도착합니다. 역에 도착해서 바로 길을 건너면 버스가 한대 조신하게 대기중인 데, 1000원(교통카드나 현금)을 내고 일단 구례터미널까지 이동합니다. 열차가 지연 도착하더라도 버스는 어느 정도 대기하고 있고, 만일 버스를 놓쳤다면 택시를 타시면 됩니다.

 

구례터미널에서 잠시 쉬었다가 기사님 출발하신다는 시간에 출발합니다. 오늘은 3시 40분 넘어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이때 계산은 내릴때 하는 데, 성삼재까지는 내릴때 4500원을 계산하게 됩니다. 교통카드가 편하지만, 굳이 표를 끊어서 내고 싶은 분들은 구례터미널 내에 비치된 무인발권기를 이용하셔도 됩니다. 구례터미널에서 성삼재까지는 버스로 약 35분 소요됩니다.

 

4시 19분 - 성삼재에 도착하자 마자 출발합니다(제기준) 오늘 코스는 그냥 가볍게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세석찍고 백무동으로 내려가볼까 하는 데, 얼추 30Km 안되는 거리라 널널할 거라 생각됩니다. 이기 머라카노!

 

그런데 말입니다. 성삼재까지 오는 여정에 한잠도 못잔 덕분인 지, 시작부터 몸이 묵직합니다. 시작부터 끝날때까지 괜찮음 - 졸림 - 괜찮음 - 졸림 무한 반복...

 

5시 11분 노고단고개 도착. 1시간 조금 안 걸렸네요. 노고산대피소 앞에 있는 마고 할매에게 정중히 오늘 무사 산행을 부탁 드리고...

 

어둠을 밝히는 손랜턴에 의지하여 한발 한발 내딛는 데, 뭔가 알록 달록 꽃들이 보입니다.

 

제일 눈에 확 띄는 것은

 

지리터리풀

 

기린초

 

지리터리풀 - 그냥 터리풀에 비해 붉은 색상 덕에 눈에 확 띕니다.

 

아! 이 이야기를 안했네요. 성삼재에 내려서 여기까지 진행동안 곰탕이 진한 길입니다. 랜턴을 비추니 곰탕이 지나가는 게 눈에 확 띕니다. 대신에 각종 풀꽃나무들이 촉촉하게 적셔져서 보기에는 좀 더 좋습니다.

 

수리취

 

미나리아재비

 

6시 19분 - 현위치는 피아골삼거리

 

컨디션이 영 아닌 듯해서 갈림길 나올때 마다 중탈 하산의 유혹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조록싸리

 

석간수

 

미역줄나무 - 매크로

 

꽃며느리밥풀

 

큰까치수영

 

7시 23분 - 삼도봉에 도착

 

요요 증상 완화를 위해 빨리 꿀호떡을 흡입합니다. 근데, 주변에 정체불명의 파리들이 많아서 대충 반봉지만 헤치우고 일어납니다. 물통에 자리잡은 건 게또라이.

 

난쟁이바위솔 - 우연히 바위틈에 자리잡은 녀석을 포착합니다. 아직 개화는 완벽치 않지만...

 

말나리 - 털중나리에 비해 꽃잎이 보다 시피 원형으로 군형을 이루지 못하고 뭔가 삐딱합니다.

 

긴산꼬리풀

 

돌양지꽃

 

일월비비추 - 지금은 칠월인데... 지금 뭐라 그런거니?

 

술패랭이꽃 - 비에 젖어 원래 모습과는 다르네요.

 

범꼬리

 

가는장구채

 

아직도 연하천대피소를 못가다니.

 

뭔 갈퀸지 꽃이 피봐야 알 터인데...

 

곰탕의 역사는 계속 됩니다.



8시 25분 - 드이어 햇님이 살짝 살짝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는장구채 - 매크로

 

범꼬리

 

꿀풀

 

개시호

 

연하천대피소가 아적 3km 남았네요..

 

큰세잎쥐손이

 

노루오줌

산꿩의다리

참취



 

개망초

 

일월비비추



흰여로 - 매크로



갑자기 시작되는 빛내림 퍼레이드

 

여기도 빛내림

 

저기도 빛내림

 

나도 빛내림

 

계단이닷!

 

터리풀

 

너도 빛내림

 

9시 55분 - 드디어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성삼재에서 5시간 넘게 걸렸네요.

 

딱히 액션을 취할 게 없어 곧바로 벽소령대피소로 진행을 합니다.

 

흐르는 물에 발도 잠시 담구어 봅니다. 얼음장 같이 차갑네요.



 

모시대

 

모시대

 

뭉게 뭉게 구름이 날이 개었음을 알려 주는 듯 합니다.

 

어수리

 

어수리

 

현위치는 삼각고지, 형제봉을 지나 벽소령대피소에 도달하고, 다시 덕평봉, 칠선봉, 영신봉을 지나야 세석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파란하늘과 하얀 구름의 조화가 이쁩니다

 

이끼 위에 자리잡은 바위떡풀은 아직 꽃을 피우지 않고



 

긴산꼬리풀

 

이끼위에 자리잡은 작디 작은 버섯에 매크로 렌즈를 들어대 봅니다

 

미역줄나무

 

돌양지꽃



 

조릿대가 꽃을 피우면 이렇게 죽으면서 천이가 진행되는 군요.





 

계단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릅니다. 이 곳에 온천 터졌나? 생각할 수 있지만, 짧은 식견으로 보았을 때 간밤 내린 비로 젖은 나무계단이 뜨거운 햇볕을 받아 습기가 빠르게 증발하는 현상으로 생각됩니다.

 

참바위취 - 꽃은 아직입니다.

 

노루오줌의 흑과 백

 

산수국이 단아하게 피었네요.

 

지리터리풀을 수 놓은 길



 

11시 37분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이제 세석대피소까지 6.3km만 진행하면 하산입니다. 여기서도 하산의 유혹을 뿌리치고 갑니다.

 

세석대피소로 고고싱

 

뒤돌아 본 벽소령대피소

다행이도 1.1km가 평지길입니다.

 

조록싸리

 

물레나물

 

산딸기 열매

 

꽃며느리밥풀

 

큰뱀무

 

병조희풀



 

산딸기 열매 - 매크로

 

원추리 - 유일하게 피어있는 꽃을 발견합니다. 이제 곧 흐드러지겠죠?

 

1.1km의 평지길을 마치고, 본격 5.2km 세석대피소로 향합니다. 현시간 12시 4분

 

가볼까요?



 

힘들지만, 여기 저기 피어있는 꽃들이 위안이 됩니다.

 

말나리

 

말나리

 

긴산꼬리풀

 

우와 선비샘 전망대닷!

 

하지만 현실은 곰탕

 

하지만 현실은 곰탕2

 

누가 길에다 똥 싸놨어? 가 아니라 건실한 사이즈의 민달팽이입니다. 더듬이가 달팽이임을 증명합니다.

 

산꿩의다리







3.2km 남았습니다.

 

자 천왕봉을 찾아보세욧! 하지만 곰탕이라 찾을 수 없어요 ㅠ



 

바위채송화



 

참바위취

 

터리풀

 

칠선봉입니다. 이제 세석대피소는 1.9km



 

말나리

 

동자꽃

 

세잎종덩굴

 

꽃며느리밥풀 - 밥풀이 아직 덜 여물었네요.

 

말나리

 

참바위취

 

참바위취 - 매크로

 

무슨꽃인가? 자세히 보니 금마타리네요.

 

흰씀바귀

 

다복고추나물이 꽃이 개화가 덜 되었고

 

가야할 방향

 

금마타리의 꽃이 거의 다 지고 한송이만 겨우 남았습니다.

 

나무계단이 무한리필



 

기생은 잘 있네요.

 



짚신나물

 

영신봉에 다다르고 이제 남은 거리는 600미터



일월비비추



 

천왕봉이 살짝 보입니다.

 

세석평전 그리고 좌측 중앙에 세석대피소

 

일월비비추

 

기린초

 

영신봉에서...

 

꿀풀이 길을 안내합니다

 

터리풀

 

14시 52분 - 드디어 백무동으로 하산합니다.

 

가 봅시다.

 

한신계곡으로 접어 들고

 

바위를 휘감은 나무 한그루

 

작은 물줄기들이 보입니다.





 

물소리가 참 경쾌합니다.



 

산수국 - 꽃이 보석 같네요.



 

물줄기를 볼 때마다 조리개를 조정해서 셔터스피드를 0.3초로 유지하며 담습니다





 

산골무꽃

























 

이제 하산 2.1km 남았습니다.

 

어쩐지 서비스안됨이더라니...

 

17시 28분 산행을 마칩니다. 산에 든지 13시간 만입니다.

 

시간표를 확인하는 데,

 

시간표 변동이 있네요. 검정 테이프 처리한 건 없어진 노선. 남부터미널 18시 30분꺼가 없어 졌네요. 별수없이 동서울행 18시 버스를 발권합니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길건너 슈퍼에서 얼음장처럼 차거운 지리의 계곡물보다 더 차가운 캔맥주 2개를 들이킵니다.

 

초복임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그리 덥지 않고 시원한 바람 불고 좋았는 데, 졸려서 컨디션이 별로라 산행 시간도 오래 걸리고, 먹을 건 빵 두개 챙겼지만,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고,

자정 무렵 집에 도착하는 관계로 초복 삼계탕은 빠빠이지만, 내일이 있으니.

고속터미널의 자장구는 동서울로 복귀한 관계로 회수가 미뤄지겠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꽃이 참 이뻣고 오늘 하루 알차게 보냈다는 겁니다.

 

그는 이날 야생화 그득한 성백(성삼재-백무동) 종주길 28.8km 를 13시간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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