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 내에서는 높임법을 어떻게 쓸 것인가?
회사 내에서는 높임법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예를 들어, 부장이 사원에게 "김 과장, 어디 갔나?"라고 물었을 때, 이 사원은 "김 과장님께서는 외근 나가셨습니다."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김 과장은 외근 나갔습니다."라고 해야 할까?
2. '압존법'의 개념
이 내용은 '압존법(壓尊法)'에 관한 것이다. 압존법이란 문장의 주체가 화자보다는 높지만 청자보다는 낮아, 그 주체를 높이지 못하는 어법(語法)을 말한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아직 안 왔습니다'라고 하는 것 따위가 그 예이다. 문두의 질문에서, 압존법을 지켜 대답하면, "김 과장은 외근 나갔습니다."라고 표현해야 하며, 이 경우 문장의 주체는 '김 과장', 화자는 '사원', 청자는 '부장'이 될 것이다.
3. '압존법'의 성격
압존법은 한글 맞춤법이나 표준어 규정과 같은 어문 규정에서 다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바른 언어 예절을 확립하고 권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립국어연구원(현 국립국어원)이 1992년에 제정한 <표준화법해설>에서 규범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4. <표준화법해설>의 설명
<표준화법해설>에서는, 가정에서는 압존법을 지키는 것이 전통적인 예절이고(현재는 가정에서의 압존법도 사라져가는 추세라고 한다), 회사에서는 압존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전통적인 언어 예절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회사에서는 압존법을 지키지 말고 자기보다 높은 사람은 고루 존대해 주어야 한다. 문두의 질문의 경우, "김 과장님께서는 외근 나가셨습니다."가 바른 대답이 된다.
5. '압존법'을 완전히 무시할 경우의 문제점
그런데 압존법을 완전하게 무시할 경우, 문제점이 없지는 않다. 앞선 질문에서 사원이 부장에게 "김 과장님께서는 외근 나가셨습니다."라고 대답한다면 듣는 '부장'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다. '내가 과장과 동급이냐? 어째 내 앞에서 과장을 그리 높이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6. '압존법'을 철저히 따를 경우의 문제점
한편, 압존법을 따져서 그에 따라 말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생긴다. 압존법을 확실하게 지켜서 "김 과장은 외근 나갔습니다."라고 표현한다면, 나중에 '김 과장'이 이 말을 혹 전해듣게 될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사원'은 '싸가지 없는 놈'으로 '김 과장'에게 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압존법을 지켜서, 예의에 맞게 말한다고 한 것이 오히려 '무례한 인간'이 되어버리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김 과장'이 압존법에 관한 언어 예절을 알고 있다면 어느 정도 용인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사람 기분이란 것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압존법이라는 것은 지키지 않아도 문제가 생기고, 따라도 곤란한 경우가 생긴다.
7. 올바른 높임법의 적용
생각건대, 언어 예절이라는 것은 지역, 연령, 계층,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또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지역, 연령, 계층, 상황에 적용되는 일률적이고 통일된 언어 예절을 정한다는 것은 애초 무리가 있는 시도라 생각된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것은 장소와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적절하게 공대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8. 문제의 해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문두의 질문과 같은 경우, '부장'과 더불어 '김 과장'도 같이 높이되 '김 과장'은 조금만 높이는 방법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부장님, 김 과장은 외근 나가셨습니다." 정도로 표현하면 과장과 주임을 동시에 높이면서 주임은 상대적으로 덜 높이는 효과를 거두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공식석상에서 직함 뒤에 '님'자를 붙이지 않고 지칭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참고)
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묻고 답하기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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